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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염증 수치 높다는 말, 정확히 무슨 뜻일까?

1. 염증 수치란?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중요한 신호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염증 수치가 높다”는 표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수치를 보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지만, 정확히 어떤 지표를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염증 수치란 말 그대로 우리 몸 안에서 면역 반응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수치화한 결과다. 간단히 말하면, 어디선가 몸이 ‘문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신호다.

정상적인 면역 시스템은 병원균이나 손상에 대응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상처가 나면 붓고, 열이 나고, 통증이 생기는 것은 면역세포들이 해당 부위로 몰려들어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반응이 지나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된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는 이런 ‘만성 염증 상태’를 수치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염증 수치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감기부터 시작해 간, 심혈관, 자가면역, 대사 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이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수치가 아주 높을 경우, 감염, 장기 손상, 염증성 질환 등을 의심해야 하며,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추가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2. 대표적인 염증 수치 지표 – CRP, ESR, WBC

염증을 진단할 때 가장 흔히 측정하는 지표는 CRP(C-reactive protein), ESR(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WBC(백혈구 수치)이다. 이 세 가지는 병원에서 기본 혈액검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해석도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CRP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급성 염증 반응이 있을 때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예를 들어 세균성 감염이나 조직 손상이 있으면 CRP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며, 심할 경우 수치가 10mg/L를 훌쩍 넘기도 한다. 만약 CRP가 약간만 상승되어 있다면, 이는 조용한 만성염증을 의미할 수 있어 대사증후군, 비만, 당뇨 등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ESR은 적혈구가 혈액 내에서 얼마나 빨리 침강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로, 염증이 있으면 그 속도가 빨라진다. CRP보다 느리게 반응하지만,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추적하는 데 유용하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암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에서 ESR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WBC, 즉 백혈구 수치는 염증뿐 아니라 감염 여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급성 감염 시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수치가 낮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세 가지 지표를 종합하면 우리 몸에 염증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성격인지 대략적인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3. 염증 수치가 높다고 모두 위험한 건 아니다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큰 병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감기, 가벼운 인후염, 근육통, 생리 중일 때도 수치는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특히 CRP나 ESR은 체내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증상, 병력, 추가 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기 증상이 있으면서 CRP가 5 정도로 상승했다면 이는 몸이 병원체와 싸우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며, 회복 후에는 자연스럽게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반대로 무증상인데도 CRP나 ESR이 계속 높게 유지되는 경우에는 내과적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만성 피로, 수면장애, 체중 증가, 피부 문제 등이 동반된다면 조용한 만성 염증 상태일 수 있어, 식습관, 운동, 수면 등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스트레스가 높거나 수면의 질이 낮아도 염증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는 단순히 약을 복용하기보다 생활습관 전반을 재정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처음으로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1~2주 뒤 다시 재검사해 경과를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염증 수치 낮추려면? 약보다 중요한 생활습관 관리

염증 수치를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이다. 만성 염증은 오랫동안 잘못된 식습관, 부족한 수면,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누적되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염증에 효과적인 식단으로는 지중해식 식단이 널리 알려져 있다. 생선, 견과류, 채소, 과일, 올리브유 중심의 식단은 염증을 낮추고 대사 건강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낮을 경우, 체내 염증 수치가 상승하며 면역기능까지 약화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염증 반응을 증폭시킨다. 가벼운 운동, 명상, 걷기 등의 활동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간혹 염증을 잡기 위해 약물 복용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나 스테로이드제는 단기적으로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 복용 시 위장 장애, 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 복용은 금물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염증 수치가 높아진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